화장품 유통기한, 뚜껑 여는 순간 달라집니다
"개봉 후 기한"을 보세요
화장품엔 시계가 두 개 있어요
파운데이션 바닥에 적힌 날짜만 보고 아직 한참 남았다고 안심하셨다면, 시계를 하나만 본 겁니다. 화장품에는 안 뜯었을 때의 유통기한과 뜯고 나서의 사용기한이 따로 있어요. 밀봉 상태에서는 몇 년을 버티도록 만들어졌지만, 뚜껑을 여는 순간부터 공기와 손, 브러시가 닿으면서 산화와 오염이 시작되거든요. 그래서 용기 뒷면을 보면 뚜껑 열린 통 그림 안에 6M, 12M, 24M 같은 표시가 있습니다. 개봉 후 6개월, 12개월, 24개월 안에 쓰라는 뜻으로, 이걸 개봉 후 사용기한(PAO) 마크라고 해요. 우리 식약처도 개봉 후 사용기간을 표시하는 제도를 두고 있습니다.
제품마다 시계가 다른 이유는 물과 눈 때문입니다. 수분이 많은 제품일수록 균이 살기 좋아서 기한이 짧고, 파우더처럼 마른 제품은 깁니다. 그중에서도 제일 짧은 게 눈 화장품이에요. 미국 FDA와 안과 쪽 자료들은 마스카라와 리퀴드 아이라이너를 대략 3개월마다 교체하라고 안내합니다. 뽑았다 넣었다 하는 솔이 공기와 균을 계속 용기 안으로 밀어 넣는 구조인 데다, 닿는 곳이 하필 눈이라 오염됐을 때 눈병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요. 향이 이상해지거나 뻑뻑하게 굳었다면 3개월이 안 됐어도 버리는 게 맞습니다.
버릴 때가 됐다는 신호들
기한 표시가 지워졌거나 언제 뜯었는지 기억이 안 날 때는 제품이 보내는 신호로 판단하면 됩니다. 층이 분리되거나, 색이 변했거나, 냄새가 달라졌거나, 질감이 뭉치고 굳었다면 수명이 끝난 거예요. 특히 자외선차단제는 유효성분이 산화하면 차단력 자체가 떨어질 수 있어서, 작년 여름에 쓰다 만 선크림을 올해 다시 꺼내 쓰는 건 권하지 않습니다. FDA는 선크림에 유통기한 표시가 없다면 구매 후 3년을 넘기지 말라고 안내해요. 화장품을 차 안이나 욕실처럼 덥고 습한 곳에 두면 이 모든 시계가 더 빨리 갑니다.
오늘 화장대에서 할 일, 순서대로
- 뚜껑 연 날짜를 적어두세요. 마스킹테이프나 스티커에 개봉일을 써서 용기에 붙여두면 다음부터 고민할 일이 없습니다.
- 눈 화장품부터 점검하세요. 석 달 넘은 마스카라와 리퀴드 아이라이너, 냄새가 변한 건 오늘 정리 대상입니다.
- 손 말고 도구를 쓰고, 도구는 씻으세요. 크림을 손가락으로 파내면 균이 같이 들어갑니다. 스패츌러를 쓰고, 퍼프와 브러시는 주기적으로 세척해서 말리세요.
- 보관은 서늘하고 건조하게. 햇빛 드는 창가, 차 안, 습한 욕실은 화장품 수명을 깎는 3대 장소입니다. 화장대 서랍이 제일 무난해요.
짧은 Q&A
파우더처럼 물기 없는 제품은 상태가 멀쩡하면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는 실무적 의견도 있고, 표시된 기한을 지키는 게 원칙이라는 쪽도 있어요. 다만 눈에 쓰는 제품과 선크림만큼은 양쪽 다 예외를 두지 않습니다. 눈은 감염, 선크림은 차단력 저하라는 실질 위험이 있어서요. 정리하면 파우더류는 상태 보고 판단, 눈 화장품과 선크림은 기한 칼같이, 이렇게 나누면 안전합니다.